[좋은글귀/명언]김남조시인의 삶의 이야기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편지는 한번도 부치치 않았다.
그대 있음에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부러 그 빛에 살게 해
겨울 바다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 날의 할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다음
날마다 한구절씩
깊은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에 불리는 나직히 습한 악곡들을
겨울 침상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저려 가슴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 이 깊을 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걸
고쳐 못 쓸 유언 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일임을
이 또한 적어두게 해다오
눈오는 날에 눈밭에 섞여
바람부는 날에 바람결에 실려
땅 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
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 해다오
어느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별 하나의 빛나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다오
겨울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의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소망의 새도 죽고 사라진 겨울 바다
사랑의 진실마저도 얼어버린 겨울 바다
그 앞에서
불과 물이 허무와 새힘으로 싸울 때,
언제나 약이 되는건 시간
한 없이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를 다독인다.
기도로 남은 날을 채우며
더욱 뜨거운 기도로 살아갈 힘을 얻고자
겨율 바다 앞에서, 인고의 기둥 아에서
그렇게 한없이 끄덕이며 소망한다.
'명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글귀/명언]안도현시인의 세상 삶의 이야기 (0) | 2016.11.07 |
---|---|
[좋을글귀/명언]서정주 시인의 그리움을 비추다 (0) | 2016.11.05 |
[코이의법칙]꿈을 꿈꾸지않으면 이룰수 없다 (0) | 2016.10.31 |
[좋은글귀/명언]신경림시인의 옛추억을 기억하며.. (0) | 2016.10.31 |
[좋은글귀/명언]황동규 시인의 따뜻한 이야기 (1) | 2016.10.30 |